재정학을 '공공경제학'이라고도 한다.
정부부문이 정책을 운용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그 중 가장 중요한 내용이 세금이고, 다른 어떤 학문보다도 세금에 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학문이기에 금융투자소득세 관련해서 경제학 교수님들중에도 재정학 전공 교수님들이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운영할 때 목표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는 부의 총합을 가장 크게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효율성'
사회 구성원들중 가장 못 사는 사람도 최소한의 삶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형평성'
그런데 종종 '형평성'의 가치가 못 사는 사람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주장이 아니라 잘 사는 사람의 생활 수준을 끌어내리자는 주장으로 변질되는 경우를 가끔씩 보게 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정책의 입안자이자 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추구하는 사회 지도층, 정책 입안자, 정치인들은 변질된 형평성 요구와 원래 추구해야 할 형평성의 가치를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금투세 논의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배가 아프기 때문에 내 재산이 늘어나든 줄어들든 부자놈들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서로 더 잘 살게 되는 방법이 있다면 부자들이 더 많이 벌게 되더라도 다 같이 가난해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호혜적인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 누군가 부담을 져야 한다.
하지만 부담을 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할 때 세금이 매겨지면 세금이 없을 때에 비해 그 행동을 덜 하게 된다.
세금을 매겼을 때의 사회적 비용은 무엇일까?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내가 낸 세금이 비용일 것이다.
하지만 그 세금은 국고로 들어가서 적절한 곳에 사용될 것이고, 사회 전체로 봤을 때 그 세금은 없어지지 않았다.
재정학에서는 세금을 매겼을 때 사회적 비용은 원래 세금이 없었을 때는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 될 때 '비효율성'이 발생한다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보자.
세금이 없을 때 100명이 전기차를 구매했었는데, 세금이 부과되면서 80명이 전기차를 구매했다고 하자.
비효율성은 전기차를 구매한 80명이 아니라 원래는 전기차를 사서 지불한 비용보다 더 큰 만족감을 누릴 소비자들이
세금을 부과한 결과 세금+가격을 고려하면 만족감이 더 크지 않아서 구매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20명이 누렸을 '초과적인 만족감'이 희생되면서 그만큼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예 다른 선택이 불가능한 세원에 세금을 매겨버리면 세금 부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0이 된다.
가장 근접한 예가 '인두세'이다.
사람이라면 모두가 똑같은 부담을 지게 된다고 하면 일단 태어난 이상 세금을 피할수 없다.
(물론, 아이를 더 낳을지 결정에는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렇게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를 하기 어려워진다.
극단적으로 효율적인 '인두세'는 부자나 거지나 다같이 똑같은 세금만을 내기 때문에 형평성 측면에서는 형편없는 과세체계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효율성과 형평성을 적절히 고려해서 세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금투세의 문제점 : 극대화된 회피 가능성
효율성 측면에서는 따라서 되도록 납세자들이 회피하기 어려운 세원에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내 주식은 투자자 입장에서 회피하기 어려운 투자 대상인가?
나는 이것이 금투세 문제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 주식하고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미국 증시에는 가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초강대국이며, 수많은 인재가 몰려 산업의 가장 첨단에 있는 기업들이 상장되어 있다.
따라서 세금을 매기더라도 그 수준이 너무 높지 않다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한국 주식은 대체 투자처가 너무 많다.
반도체에 투자하고 싶다면 마이크론, TSMC, 일본 반도체 밸류체인 기업들, 미국/유럽의 장비 기업들이 있다.
조선, 철강 같은 중후장대 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일본, 중국 등 국가에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대체 투자처가 많은 상황에서 세금을 매기게 되면 차별화된 강점을 보유한 미국이나 선진 증시와 달리 한국 증시에서는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모두의 부가 감소하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투자 손실을 보지 않더라도 증시에 유동성이 부족하면 회사들이 재원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이는 한국의 여러 기업들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역사적으로 공평함은 탁월함, 효율성, 성과와 상충관계에 있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의 절충이 필요한데, 현재 안대로 금투세가 도입되면 모두가 손해를 보자는 주장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한국의 경제가 더 성장하고, 선진 증시처럼 대체 불가능한 기업들,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충분히 성장했을 때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세율과 과세 범위 그대로 한국 주식에 금투세가 도입되면 투자자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피해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