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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P, 선순환하는 네트워크

투자 아이디어/SOOP

by 경제학자 2024. 8. 2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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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리카TV는 인터넷 방송 카테고리에서 지배적 지위를 바탕으로 BJ와 시청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 특히 트위치 철수 이후 경쟁적 게임 생태계 등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매력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 광고매출은 경기 사이클을 고려할 때 저점을 찍었다.
  • 제한적 신규 유입, 휴먼리스크 등은 플랫폼 규모라는 견고한 강점에 비해 일시적 위험이다.

별풍선과 광고, 돈이 될까?

 

SOOP은 오랜 기간 동안 아프리카TV라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시청자가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BJ에게 선물하는 별풍선 매출의 수수료가 SOOP의 가장 큰 매출원이다.

그리고 플랫폼 이용자에게 광고를 노출하고 받는 광고료가 두 번째 큰 매출원이다.

별풍선 한 개는 100원이다.


그렇다면 이 플랫폼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크기 때문에 더 커진다 : 네트워크 효과 - 스노우볼이 굴러간다


어떤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사용자가 느끼는 만족감이 늘어나는 경우,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상품을 만드는 회사는 회사가 커질수록 같은 비용을 들여도 작은 회사에 비해 높은 만족감을 줄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작은 규모의 회사를 무너뜨리고 독/과점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 방송 시장에서 아프리카TV는 시청자/크리에이터의 수, 콘텐츠의 질적인 풍부함 측면에서 지배적인 기업이다.

 

인터넷 방송 플랫폼은 크리에이터가 늘어날수록 서로 맺는 관계의 수가 더 빨리 늘어나고,
각각의 관계는 새로운 콘텐츠를 의미한다.

 

PC방 게임 순위에서 몇 년간 1위를 지키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줄여서 '롤')의 경우, 5:5로 정해져 있는 역할(포지션)을 수행하여 상대의 넥서스를 파괴하는 게임이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BJ가 잘 하길 응원하고, 비슷한 레벨의 BJ에 비해 잘 하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BJ들은 다른 BJ들과 경쟁하면서 서로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더 잘 하는 BJ에게 포인트 레슨을 받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뽑아낸다'.

BJ가 많아지면 비슷한 레벨의 BJ가 늘어나고 포지션에 따라 대결 구도나 협력 구도가 형성되기 쉽다.

https://youtu.be/XBXDWgknEXg?si=NLgqRzwmShMGwnJE

 

 

30, 40대 시청자가 많다는 점 때문에 아프리카TV에서는 특이하게 스타크래프트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스타 실력에 따라 레벨을 나누고, 레벨을 골고루 분배해서 스타크래프트 대학을 만들고, 대학끼리 경쟁하는 콘텐츠가 장기간 흥행하고 있다.

https://youtu.be/1URx6pMSti8?si=1QsEhbIo1Nja4Hoq

 

 

이렇게 하나의 카테고리가 생태계를 구성하게 되면 생태계에 포함되어 있는 BJ 뿐만 아니라, 이 게임/취미를 배워보려는 BJ까지 포함하여 수많은 BJ들이 시청자수와 별풍선 소득을 확보하게 된다.

 

아프리카TV는 몇 개의 게임 카테고리를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기업 인수, 신규 게임 대회 주최 등을 통해 시청자와 BJ 범위를 확장해나간다.

  • 당구 : 세계선수권대회 중계, 국내외 당구 대회 주최, 당구용품 유통사 파이브 앤 식스 인수
  • 배틀그라운드 : 이벤트 대회 '배그 크루 킹덤' 주최, 사우디 EWC(E-sports World Cup) 중계
  • 스타크래프트 : KB 리브 모바일 스타리그(SSL : SOOP Starcraft League) 주최
  • 발로란트 : AVL(Afreecatv Valorant League) 개최, 치지직 발로란트 스트리머의 공격적 영입(도현, 된모)

이에 따라 BJ수가 늘어나게 되면 BJ 사이의 '연결'은 훨씬 더 많이 늘어나게 된다.

또한, BJ가 다양해짐에 따라 콘텐츠가 질적으로 풍성해진다.

 

지배적인 인터넷방송 플랫폼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시청자와 BJ(스트리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시청자와 BJ(스트리머)가 우선적으로 입문하는 플랫폼이 된다.

따라서 큰 기업이 더 커지고, 더 빨리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치 철수 : 점유율 높은 기업이 더 커진다

 

23.12월 트위치가 망사용료때문에 한국에서 철수하면서 아프리카TV의 유리함이 더 커졌다.


트위치 철수 이후 아프리카TV는 네이버 치지직과 트위치의 스트리머, 시청자를 나눠가졌다.

트위치 철수 이전에도 비등비등한 추이를 보이고 있었는데 트위치 트래픽을 치지직과 양분한 결과 평균 시청자수, MAU, BJ(스트리머)수 등 모든 면에서 치지직을 압도하고 있다.

 

그 결과 신규 스트리머 뿐만 아니라 기존 치지직 소속 스트리머들도 아프리카로 이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도 된모, 도현 등 치지직에서 방송하던 발로란트 스트리머들이 아프리카로 이적했다.
그 중 도현이라는 스트리머는 위약금까지 지불하고 급작스럽게 이적을 한 것이어서 상당한 충격을 줬다.


도현의 이적 방송 당시 전문을 살펴보면 아프리카TV의 경제적 해자를 확인할 수 있다.
https://m.dcinside.com/mini/supbangsong/3627519

 

도현 이적 전문 - 숲 방송 미니 갤러리

안녕하세요원래 메모장에 막 이것저것 써가지고 전달하려 했는데 말을 정리해서 잘 못할거같기도하고여러분들 저는 말씀 드릴게요오늘이 치지직 마지막 방송입니다. 오늘.. 오늘까지가 마지막

gall.dcinside.com

 

 

여기서 말하는 '돈 벌고 게임하는 것'이 뭘까?

 

아프리카TV는 별풍선이 곧 법이다.
SOOP의 주요 캐시카우도 별풍선 수수료이기 때문에 별풍선을 쏘는 사람이 시키는 건 뭐든지 용인되는 분위기이고,
이에 따라 좀 더 경쟁적인 콘텐츠가 많이 만들어진다.

게임 카테고리에서는 별풍선 도네이션을 통해 CK(Champions Korea, 작은 대회를 의미)가 매일 열려서 승패에 따라 몇 십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이 왔다갔다하는 승부가 매일 펼쳐진다.
이러한 경쟁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과 실력이 비슷한 수준의 BJ와 경쟁구도를 만들어내고, 시청자가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BJ는 서사에 따라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트위치는 아마존이 모회사였다.
그렇기에 운영 방침이 트래픽을 늘리는 쪽으로 집중되었고, 후원보다 구독이 중시되는 분위기였다.

(24.7월 아마존이 트위치를 인수한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적자 상태라고 한다)

Amazon Paid Almost $1 Billion for Twitch in 2014. It’s Still Losing Money. (msn.com)

 

Amazon Paid Almost $1 Billion for Twitch in 2014. It’s Still Losing Money.

The live-video service has slowing user growth and workers are expecting more layoffs and other changes ahead.

www.msn.com

 

치지직 또한 네이버가 모회사기에 트래픽을 중시하는 기조가 유지되었으며, 경쟁적인 분위기가 정착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시청자마다 선호가 있고, 지나치게 경쟁적인 콘텐츠,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식의 분위기를 싫어하는 시청자와 스트리머들은 치지직에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성적 지상주의, 서열 줄세우기에 익숙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회사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이어진다.
이런 문화적 토양 속에서 트위치-치지직식의 순한맛 콘텐츠가 일반적인 시청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치지직은 트위치를 이어받으면서 트래픽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시청자가 줄어들더라도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스트리머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콘텐츠가 아프리카에서 훨씬 풍부하고 다채롭다고 생각하고, 궁극적으로 스스로도 재미있게 방송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스트리머들이 이탈함에 따라 플랫폼이 축소될 것이다.

 

광고 매출

 

아프리카TV의 주요 콘텐츠가 게임이기 때문에 광고도 게임 인구를 대상으로 한 게임업계 광고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리니지를 필두로 한 국내 MMORPG 게임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어 광고 매출이 23년 대비 역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로 경기 사이클의 저점이 다가오고 있다.

주요 제일기획, 이노션, 나스미디어, 인크로스, 에코마케팅, NAVER 등 광고를 주요 BM으로 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최근 3년 기준 신저가 근처에 형성되어 있다.

 

경기 사이클 반전의 분위기와 주요 광고 기업 주가가 신저가에 가깝다는 것을 고려할 때 현재 수준에서 광고매출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또한, 주요 고객인 게임 업종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는 ETF들이 상승반전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중기적으로는 지상파 대비해서 뉴미디어의 시청자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트위치 철수로 인해 과거 대비 더 높은 광고단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인터넷 방송에서 '왕홍'이 직접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면서 쇼핑 호스트처럼 물건을 판매하는 것처럼 아프리카TV에서도 직접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콘텐츠형 마케팅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

중국 왕홍 '따루루'가 라이브 방송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모습

 

 


신규 유입 저조? 고연령층 이탈은 제한적, 저연령층은 경제력이 관건, 해외 진출은 플러스 알파

 

SOOP에서는 별풍선이 곧 법이라는 분위기가 있다.
따라서 도네를 하지 않는, 지불용의가 낮은 시청자들의 목소리는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트위치-치지직에서는 시청자 트래픽이 중요하다.
따라서 시청자들 다수가 원하면 콘텐츠 방향성이 바뀐다.
(물론 이러한 구분이 완전히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그런 경향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경향은 시청자 연령대 구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지불용의가 높은 30대~40대를 공략하는 콘텐츠(스타크래프트, 야구중계, 롤 등)가 늘어나면서 아프리카 시청자 구성은 30~40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트위치는 10~20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러한 경향을 극복하기 위하여 SOOP은
1) 광고 매출 비중을 높이고,
2) 낮은 연령대 시청자들이 즐길 수 있는 게임(ex. 발로란트) 중계, 콘텐츠를 활성화
하는 방향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플랫폼 특성상 연령대별 차이가 쉽게 극복되지 못하겠지만, 10~20대가 경제력을 확보하는 시점이 되면 아프리카TV로 자연스럽게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반면 늘어나는 건강수명, 게이머 인구 고령화로 인해 고령 시청자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3~40대 유저들이 유지되는 한 그들의 별풍선을 타겟으로 하는 신규(저연령층) BJ 유입은 꾸준히 일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시청자도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3) 그리고 SOOP은 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여 새로운 파이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발로란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태국을 첫 번째 타겟 시장으로 선정하고, 태국 중심으로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휴먼리스크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다른 산업과 비교했을 때 BM 자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사건, 사고, 일탈, 건강상의 문제, 계약 등 통제 불가능한 변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최근 일부 BJ가 마약을 투약하고 집단 성관계를 했다는 뉴스가 상승추세였던 주가에 찬물을 끼얹었다.

 

'마약 투약' BJ 검찰 송치…집단 성관계 의혹 '부인' :: 공감언론 뉴시스 :: (newsis.com)

 

'마약 투약' BJ 검찰 송치…집단 성관계 의혹 '부인'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성가현 인턴기자 = 마약류를 투약하고 판매한 조직폭력배 출신 유튜버이자 인터넷 방송인(BJ)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서울 강남경찰서는 23일 오전 마약류관

www.newsis.com

 

다만, 엔터사의 소속 아티스트 수에 비하여 BJ는 다수이며, 이러한 사건을 이유로 시청자들이 플랫폼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프리카의 시청자들은 게임 생태계, 경쟁적인 콘텐츠 분위기, 공중파/케이블 방송에 비해 자극적인 컨텐츠, 별풍선을 지불하고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구조를 좋아한다.

따라서 일부 BJ가 이탈하게 되더라도 시청자 MAU 이탈 또는 장기적으로 쌓아올려온 콘텐츠 생태계 파괴에 이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고, 이번 마약 사건처럼 범죄를 저지른 건도 여러 번 있었으나, 지금까지 꾸준히 시청자수와 BJ 수는 성장 추세를 이어왔다.

 

중요한 것은 SOOP이 TV, OTT, VOD 등 다른 카테고리와 독립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개인방송 산업에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배적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BJ 개인의 일탈과 같은 개인적인 일탈 사건들은 큰 흐름 속에서 대세를 뒤집는 계기가 되지 못한다.